[SR 기고] 한진家에 띄우는 편지
  • SR타임스 승인 2020.02.18 14:57:11
▲고진광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이사장 

- 한진家 3세 경영권 이전투구 볼썽사납다

             

- 故 조중훈 회장 “훌륭한 경영자 되기 앞서 겸손하고 형제간 화목" 강조

 

필자는 대한항공에 대해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 주식을 소유하거나 기업경영에 참여해서가 아니다. 사단법인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이하 인추협) 업무를 보면서 여러 차례의 인연과 좋은 기억들이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인연은 1983년 KAL기 피격사건의 진상조사에서 비롯됐다. 대한항공여객기 피격으로 269명이라는 엄청난 희생자가 발생했다. 당시 소련과는 미수교상태였다. 당국자 간의 대화가 불가능했다. 수년이 흘렀으나 진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필자가 몸담고 있던 인추협이 보다못해 나섰다. 온전한 의협심만으로 진상조사를 위해 소련을 방문한 것이 故 조중훈 회장과 진상조사 단장이던 필자와의 첫 번째 인연이다.

 

대한항공과 인추협도 그 연장선이었다. 대한항공은 이러한 인연으로 수년 동안 제주도를 비롯한 해외동포 자녀들이 ‘사랑의 일기’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다. 또 지난 2000년에는 故 이희호 여사가 참석한 ‘사랑의 일기 큰 잔치’에서 큰 성과도 거뒀다.

 

창업주 故 조중훈 회장은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자그마한 일에도 관심을 기울였으며 늘 포근한 마음으로 감싸주었다. 필자는 이러한 故 조중훈 회장의 따뜻한 마음으로 만들어진 신뢰가 대한항공을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배경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대한항공의 신뢰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경영부실이 아닌 사소한 문제에서 비롯됐다. ‘땅콩 회항’을 필두로 비롯된 가족들의 어이없는 갑질 이 화를 불렀다. 국민의 비난 여론으로 온 나라가 들끓었다. 그 여파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스튜어드십 코드)를 불렀다. 결국 조양호 회장이 해임되는 전대미문의 일이 발생했다.

 

기업의 생명은 신뢰이다. 아무리 좋은 상품을 생산해도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서 보여준 조원태 회장의 결단력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우한지역을 굳이 동행하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대기업을 이끄는 회장이 가볍게 나설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무릅쓰는 승무원들을 위로하고 지원하기 위해 쉽지 않은 길을 다녀왔다. 신뢰를 얻으려는 진정성 있는 몸부림으로 여겨졌다. 한진家가 조금이나마 신뢰를 회복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때 한진그룹 관련 뉴스가 쏟아졌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행동주의 펀드인 KCGI, 반도건설과 손을 잡고 ‘한진그룹의 현재 경영상황이 심각한 위기로 현재의 경영진에 의해 개선될 수 없다’며 동생인 조원태 회장을 끌어내고 그 자리에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겠다고 한 것이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를 불러온 원인 중 하나로 기아자동차 그룹의 부실경영을 꼽을 수 있다. 당시 전문경영인이 그룹을 경영하고 있었다. 한때는 전문경영인이 경영의 모범과 우월성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실상을 보니 민낯은 정반대였다. 방만 경영으로 회복 불능상태였다. 그 결과가 어떠했나.

 

경영엔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보통의 책임감을 넘어 때로는 뼈를 깎아내는 고통을 감내해내야 한다. 전문경영인의 경영만이 능사가 아니다. 오너 경영이 단점도 있지만, 장점이 더 많기에 유지되어 온 측면 또한 있다.

 

대한항공은 국민과 함께 성장해 왔다. 또 故 조중훈, 조양호 선대 회장의 숨결이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기업이다. 경영권을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이에 사회적 공분이 일어나고 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불가피해질지 모를 일이다. 남매의 다툼은 가족의 문제이다. 피를 나눈 사이가 아닌가. 설령, 엇갈리더라도 이해하고 양보하며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한진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은 생전에 “훌륭한 경영자가 되기에 앞서 겸손하고 형제간에 화목해야 한다”고 했다. 조양호 회장도 평소 가족 간 우애를 강조했다. 부디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한진가(家) 남매간에 표 대결을 벌이는 볼썽사나운 꼴을 보지 않았으면 한다. 화해만이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대한항공을 아끼는 한 사람으로서, 필자의 진심 어린 충고다. <고진광 (사)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이사장>

 

※SR타임스에 게재된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SR타임스  srtimes0311@daum.net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