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에게 띄우는 편지
 
박현식 기사입력 2020/02/18 [13:01]

 

한진 에게 띄우는 편지

 

▲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이사장 고진광 

고진광(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이사장)

 

 

 

필자는 대한항공에 대해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 주식을 가졌거나 경영에 참여해서가 아니다. 인추협 일을 하면서 여러 번의 인연과 그에 따라 좋은 기억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인연은 KAL기 피격사건의 진상조사에서 비롯됐다. 대한항공여객기 피격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당시 소련과는 미수교상태였다. 당국자 간의 대화가 불가능했다. 수년이 흘렀으나 진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필자가 몸담고 있던 사단법인 인간성회복추진협의회가 보다못해 나섰다. 온전한 의협심만으로 진상조사를 위해 소련을 방문했다. 그 방문이 조중훈 회장과 진상조사 단장이던 필자와의 첫번째 인연이다.

 

대한항공과 인추협도 그 연장선이었다. 대한항공은 그 인연으로 수년 동안이나 사랑의 일기행사참여자에게 항공권을 협찬해줬다. 그 덕분으로 제주도를 비롯한 해외동포 자녀들이 수상식에 참여할 수가 있었다. 사랑의 일기장’ 10만권 제작을 지원해 해외동포 자녀들에게 나눠 줄 수 있었고 2000년도에는 이희호 대통령 부인이 참석한 사랑의 일기 큰잔치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창업주 조중훈 회장은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자그마한 일에도 관심을 기울여줬으며 따뜻하고 포근한 마음으로 감싸주었다조중훈 회장의 따뜻한 마음으로 만들어진 신뢰가 대한항공을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대한항공의 신뢰가 끝 간 데 없이 추락하고 있다. 경영 잘못 등 대단한 일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사소한 문제에서 비롯됐다. 땅콩회항을 필두로 비롯된 가족들의 어이없는 갑질 행위들이 원인이다. 온 나라가 들끓고 국민의 비난여론이 비등했다. 그 여파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불렀다.결국 조양호 회장이 해임되는 전대미문의 일이 벌어졌다.

 

기업의 생명은 신뢰이다. 아무리 좋은 상품을 가졌어도 신뢰를 얻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서 보여준 조원태 회장의 행동을 나름 평가하고 싶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우한지역을 굳이 동행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대기업을 이끄는 회장이 가볍게 나설 길이 아니다. 그럼에도 위험을 무릅쓰는 승무원들을 위로하고 지원하느라 쉽지 않은 길을 다녀왔다. 신뢰를 얻으려는 진정성있는 몸부림으로 여겨졌다. 한진가가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즈음 한진그룹 관련 뉴스가 쏟아졌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행동주의 펀드인 KCGI, 반도건설과 손을 잡고 한진그룹의 현재 경영상황이 심각한 위기로 현재의 경영진에 의해 개선될 수 없다며 동생인 조원태 회장을 끌어내고 그 자리에 전문경영인을 앉히겠다고 한 것이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를 불러온 요인 중 하나로 기아자동차 그룹의 부실경영을 꼽을 수 있다. 당시 전문경영인이 그룹을 경영하고 있었다. 한때는 전문경영인 경영의 모범과 우월성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까놓고 보니 그 민낯은 정반대였다. 방만 경영으로 회복 불능상태였었다. 그 결과가 어떠했나.

 

경영엔 책임이 따라야 한다. 보통의 책임감을 넘어 때로는 뼈를 깎아내는 고통을 감내해내야 한다. 전문경영인의 경영만이 능사가 아니다.오너가 경영이 단점도 있지만 장점이 더 있기에 유지돼온 측면이 있다.

 

대한항공은 국민과 함께 성장해 왔다. 조중훈, 조양호 선대 회장의 숨결이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기업이다.

 

경영권을 놓고 진흙탕 싸움을 일고 이에 사회적 공분이 일어나고 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불가피해질지 모를 일이다.

 

남매의 다툼은 가족의 문제이다. 피를 나눈 사이가 아닌가. 설령, 엇갈리더라도 이해하고 양보하며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한진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은 생전에 훌륭한 경영자가 되기에 앞서 겸손하고 형제간에 화목해야 한다고 했다. 조양호 회장도 평소 가족간 우애를 강조했다.

 

제발 3월 주총에서 한진가() 남매간에 표 대결을 벌이는 볼썽사나운 꼴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화해만이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대한항공을 아끼는 사람으로서, 진심어린 충고다.

기사입력: 2020/02/18 [13:01]  최종편집: ⓒ 강원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