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일 일기박물관 사랑의 일기 연수원 처절한 ‘호소’

LH, 3일 학교 본 건물 철거… 기록문화 또 쓰레기

연수원, “일기는 살아있는 생명체… 쓰레기로 버려져”

120만점, 한국의 정신적 문화…보존할 가치 있어“

데스크승인 [ 13면 ] 2016.11.03 서중권 기자 | 013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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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전 일기박물관 사랑의 일기연수원이 강제철거되면서 남아있던 일기장 등 기록문화유산이 은행나무 낙엽속에 묻혀 쓰레기더미로 변했다. 사진=서중권 기자

세계 유일의 일기박물관 세종시 ‘사랑의 일기 연수원’이 형체도 없이 사라질 것인가?

공권력에 무참하게 무너져버린 기록문화유산을 보존할 길은 없는가.

3일 오전 9시부터 포크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한 철거반은 연수원 본 건물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무참하게 철거된 일기 연수원은 형체도 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동안 연수원 측의 ‘현장보존 신청’으로 보존됐던 학교 본 건물마저 철거되면서 일부 남아 있던 일기장 등 기록문화가 또 다시 쓰레기로 버려졌다.

◆ 기록문화 ‘노숙자’ 신세 전락

연수원 측은 “그나마 남아있던 일기장과 작품, 문화적 가치가 있는 유산들을 찾아 운동장 한 쪽에 모아둔 상태”라며 급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인추협 고진광 대표는 “쓰레기 더미로 범벅된 기록문화와 비 맞은 일부 일기장 등 건질 것은 건졌지만 너무 안타까워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특히 “앞서 쓰레기처럼 어디론가 사라진 120만 점의 기록문화 보존이 훼손될 우려가 높다. 그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절규했다.

옛 초등학교를 원형으로 30여 년 동안 보존했던 이곳. 연수를 다녀간 어린 꿈나무들을 비롯해 교육발전을 위해 뜻 있는 기부자들과 봉사자들의 땀과 꿈이 배어있는 현장이다.

백범 김구 선생 일기를 비롯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의 일기,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 등 유. 무명인들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이곳에는 무려 120만 점의 일기가 보존 전시되면서 그동안 매년 수백 명의 어린이들이 숙식, 공동체를 경험하며 비전과 꿈을 키웠다.

세계 유일의 일기박물관으로 일기쓰기 체험과 경연대회를 치르며 인성교육의 현장과 산실로 자리 잡는 등 참으로 그림같이 아름다운 연수원이었다.

‘사랑의 일기연수원’이 최후를 맞은 이날 고 대표는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참담한 심정을 털어놨다.

고 대표는 “중요한 것은 수백만 어린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쓴 저 애틋한 일기가 밀려오는 한파에 길을 잃고 풍찬노도에 휩쓸려 ‘노숙자’의 신세로 전락했다는 것이 뼈저린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기를 종이로 보지 않고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마음을 담은 살아있는 감정의 생명이다. 무생물이 아니라 생물이라는 뜻이므로 이렇게 많은 일기는 대한민국의 정신적 소중한 자산이라는 데서 이번 사태로 인하여 가슴이 찢어지고 있다.

◆ 새 보금자리 대안 마련 촉구

이 유물들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세종시의 것이며 대한민국의 기록문화 유산이라고 강변했다. 고 대표는 이 같은 유산을 지키지 못한데 사죄와 용서를 구했다. 하소연 할 길도 없어 변명의 여지없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실책했다.

이어 어린이들의 꽃잎처럼 아름답고 고운 감성이 가득담긴 사랑의 일기가 꽃동산에 정착하도록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응원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고 대표는 행복도시건설청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세종시 등이 현재의 무자비한 철거에서 돌이켜 새로운 보금자리에 안착하도록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

연수원 측은 “120만 점의 이 일기는 누구 개인 것이 아닙니다. 우리들의 미래요 대한민국의 인성교본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소중한 자산으로 살아나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지역인사들은 “세계유일의 정신문화유산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시민들이 함께 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세종=서중권 기자 0133@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