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3년, 대통령께 고언한다

[특별기고=고진광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이사장]

논객닷컴 | 승인 2020.05.11 13:58
고진광 이사장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광화문의 촛불로 이어져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

광화문 촛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필자의 가슴은 여전히 뜨겁다. 아마도 안전한 대한민국의 여망으로 탄생한 정부에 대한 기대가 가슴으로 옮겨 붙었으리라. 이 정부가 출범한지 벌써 3년이 흘렀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진행 중이다. 촛불 정신이 곳곳에 스며들어 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하지만 난공불락의 영역이 여전히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수십 년 동안 구축돼온 뿌리 깊은 견고함을 단 몇 년만에 허물어뜨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건으로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12년 전 2008년 1월 7일 이천 냉동 창고 화재 사건의 판박이나 다름없는 인재(人災)가 또 일어나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또 다시 시작된 느낌이다. 관련기관들이 앞 다퉈 이런 저런 점검을 해 대고 관련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12년 전에도 비슷했다. 당시 이천 소방서가 펴낸 백서는 ‘우레탄폼 작업 중 폭발과 함께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샌드위치패널 때문에 대형인명 피해가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재발방지를 위해 제도와 법률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사고 이듬해인 2009년엔 난연 소재를 의무화하는 건축법 개정이 추진돼 상임위 통과를 목전에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국토부 반대로 법률개정이 무산되고 말았다. 외견상 차관이 반대했지만, 중차대한 사안을 국토부 차관이 혼자 했다고 보긴 어렵다. 보나 마나 관련 업계의 입김이 정권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반영된 것임을 누구나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이번 이천 물류창고 화재도 '당시 그 어처구니없는 결정'이 만들어 낸 대형 참사인 것으로 여겨져 개탄스럽기 그지없는 심정이다. 어쩌면 또 다시 12년 전 상황이 되풀이 될지 모른다.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백화점식 대책을 내놓고 호들갑을 떨다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출지 모른다. 하지만 이젠 그래서 안될 일이다. 무려 15명의 검사가 투입돼 이번 화재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파헤치겠다며 수사 중이다. 그러나 국민들 시선은 역시 반신반의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일부 국민들은 면죄부 수사가 될지 모른다며 벌써부터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해선 안 된다. 관련 업계와 관련 기관과의 유착고리를 과감하게 끊어내야 한다. 가능하다면 2009년 건축법 개정을 무산시킨 내막을 낱낱이 밝혀내고, 그에 따라 처벌도 해야 한다. 국민의 안전이 해치는 일을 저지르면 언젠가 책임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사실을 엄중히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권력이 개입되지 않고 과정이 투명해지고, 결과가 정의로워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정권에서 제대로 다루고 처리하지 못한 세월호 사건으로부터 비롯돼 탄생한 정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그런 이 정부에 기대를 갖고 2018년 4월 16일 재난안전 정책제안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일부 제안에 대해선 정부의 답변도 들었다. 하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번 참사 역시 그나마 있는 안전대책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아 일어난 참사로 여겨져 더욱 아쉬움이 크다.
대한민국은 코로나19 전염병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켜낸 모범국가이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칭송이 쏟아지고 있다. 세계인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하지만 안주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가치를 내세우고 출범했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가치는 국민의 안전이 담보돼야 가능한 화두다. 앞서 언급한 세월호의 예처럼 국민의 안전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면 정부로서의 존재 가치가 없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로부터 역대 어느 정부에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지켜 내기 위해 정치권이나 이익단체의 유불리에 흔들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공개해 올바른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낸 덕분이다. 
이번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건도 있는 그대로 수사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실행에 있어서도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도록 제도와 법을 만들고 정비해야 한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문재인 정부 아래서에서도 크고 작은 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다. 1:29:300이라는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작은 사고가 잦으면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는 통계의 법칙이다. 자칫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건을 가볍게 여겼다가는 수습하기 힘든 대형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그로 인해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감히 고언한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건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드러난 것은 난마처럼 얽혀있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명운을 걸고 처리해야 할 중차대한 사안이다.
검찰이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누구누구의 잘못을 밝혀 벌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단순한 실수가 있더라도 다시는 그러한 대형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겹겹의 안전장치 즉, 법률과 제도, 절차가 마련되고 국민 전체의 안전문화가 정립돼야 한다. 그것이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국민의 안전은 대통령 책임이다. 안전에 관한 법 제정은 국회의원의 권한이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입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의원들을 설득하는 등 해결에 나서야 한다.

이태원 클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했다. 법과 제도에 허점이 있지 않았는지 새로이 돌이켜 봐야 할 일이다. 유,초,중,고 학생들의 등교 개학일정도 좀 더 심도있게 논의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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