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일 세종 사랑의 일기박물관 강제철거 100일

폐허된 세계유일 세종 사랑의 일기박물관 지키기 100일

데스크승인 [ 12면 ] 2017.01.09 서중권 기자 | 0133@ggilbo.com

LH, 주민 공덕비까지 훼손폐기처리 의혹…흔적 지우기 혈안”

땅 희사한 심수동 선생 공덕비마저 훼손 폐기물처리

연수원 자리 상업부지로 분양. 기록물품 경매 1차 유찰

세계유일 세종 ‘사랑의 일기 연수원’이 강제철거 된지 7일자로 100일을 맞는다.

이 연수원은 사춘기를 맞은 청소년들의 일기를 통해 성찰과 꿈을 키워주기 위한 인성교육센터로 교육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연수원을 거친 수천 명의 학생들 가운데는 빙상의 여왕 김연아 선수 등 대한민국을 세계로 떨친 인재들이 많다.

매년 연수원을 찾은 청소년들은 일기를 통해 학교나 가정에서 얻을 수 없는 그 이상의 것을 마음깊이 새기며 각오를 다졌다. 살아가는 가치와 자존감 등 정신적 세계관을 심어준 교육장이다.

◆ LH, 주민 공덕비까지 훼손 폐기처리 의혹

당시 이 연수원 부지는 세종시 금남면 금병로 일대 금석초등학교 자리다. 이 학교는 마을 유지인 고(故) 심수동(沈洙東) 선생이 자신의 땅 4000여 평을 희사했고,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으로 학교건물을 지었다.

이 금석초는 지난 2003년 2월 28일자로 폐교되면서 ‘사랑의 일기 연수원’이 유서 깊은 정신을 아어 받아 개원, 13년이 지나는 동안 세계최초 일기박물관으로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행복도시건설과 함께 충남교육청은 수십억 원에 LH 공사에 넘겼고, 현재 이 부지는 상업부지로 모두 분양됐다. 마을 주민이 후손들의 교육을 위해 희사한 땅을 정부기관이 폭리를 취했다는 비난의 이유다.

일기박물관 운영 13년째인 지난해 9월 28일 새벽, 기습작전이 시작된 것. 포클레인 등 중장비를 몰고 들이닥친 법원 집행관들에 의해 집기들이 무자비하게 반출되고 매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시설은 모두 사라지고 폐허가 됐다. 120여만 명의 어린이 일기와 세종시민투쟁기록들이 전시됐던 수만의 기록물들이 흔적도 없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럼에도, 단 한 점의 일기장이라도 찾기 위해 전국의 어린이들이 폐허로 변한 옛 연수원에 찾아왔으나, 공권력에 짓밟힌 현장을 둘러보고 멍멍한 눈물을 짓고 돌아갔다.

◆ 일기박물관 흔적 지우기에 혈안

LH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일기박물관 흔적지우기에 혈안이 돼있다는 논란을 사고 있다.

LH는 지난 5일 연수원 강제철거 당시 반출했던 집기와 기록물 등 다수를 경매했다.

이날 경매는 오후 2시 46개 품목(생활용품 등)에 583만 3000원, 2차 40개 품목(학생용 책상 등 집기)은 810만원으로 실시됐으나 유찰됐다.

당초 예정된 아이들 그림과 서류박스 등 기록물과 관련한 전시품은 경매장으로 달려간 학부모들의 항의로 경매에 빠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LH는 지난 3일 심수동 선생의 ‘공덕비’를 훼손하고 폐기물속에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공덕비는 마을 학교건립을 위해 자신소유 4000여 평을 내놓아 주민들이 그 공적을 기리기 위해 학교입구에 세운 기념비다.

연수원 강제철거 100일. 어디론가 사라진 집기와 생활용품, 기록물들이 경매물건으로 나오면서 연수원 관계자들의 상체기는 아물어질 틈이 없다.

고진광 대표가 컨테이너에 거주하며 소송 준비를 위해 서울에 올라가 자리를 비운 지난 3일. 공덕비까지 훼손해 폐기물로 처리된 것이 발견되면서 주변사람들의 분노는 하늘로 치솟고 있다.

연수원 고 대표는 “역사를 기록하는 소중한 기록물이기도 했던 작품들이 L H공사에게는 그저 폐기해야할 쓰레기이거나 500만 ∼800만원이면 처분될 것들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세종=서중권 기자 0133@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