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일기박물관 사랑의 일기 문화유산 폐기더미 속 ‘신음’

LH의 무자비한 강제철거로 수 만점 훼손·유실 우려

첫 눈 강추위 속 폐기물더미 뒤져 …“단 한 장이라도”

데스크승인 [ 13면 ] 2016.11.28 서중권 기자 | 0133@ggilbo.com

  사진1.jpg   

▲ 지난 26일 사랑의일기 연수원을 찾은 제주도, 신도시 학부모 학생 20여명이 첫 눈이 내린 강추위속에서 폐기물더미에 묻힌 일기장을 찾기에 여념이 없다. 단 한장의 일기장....이들에겐 소중한 문화적 가치였다. 세종=서중권 기자

“단 한 장의 일기장이라도….”

“소중한 자료들을 다시 볼 수 있게 복원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세요.”

세종시 금남면 세계유일 일기박물관 사랑의 일기 연수원에 첫 눈이 내린 지난 26일 오전.

영하 5도의 강추위에 속에 10여 명의 어린이들이 함께 폐기물 더미를 여기저기 뒤지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늘도 애처로운 이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서 일까. 눈발이 날리더니 어느 새 하얀 눈으로 대지를 덮는다.

◆ 폐기물 더미 뒤지며 발굴작업

세종시 신도심 아름․도담동, 금남면 주민 등 20여 명은 이날 쓰레기와 폐기물속 에 묻힌 일기장을 찾기 위해 옛 사랑의 일기 연수원에 모였다.

이들은 어리시절 보물찾기를 하듯 폐기물 더미 하나하나를 뒤져가며 일기장 발굴(?) 에 나서, 소중한 보물을 건지기에 나선 것.

건축폐기물과 썩은 흙, 낙엽 등에 묻혀 쓰레기로 변해가는 일기장을 발견할 때마다 감격에 젖고, 찢겨지고 훼손된 일기장을 볼 때는 가슴이 먹먹함으로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은 흙으로 범벅된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며 한참을 울었다.

이어 제주도 초·중·고 대학생들이 뒤를 이어 일기장 발굴에 나섰다.

이들도 폐허더미를 들쳐가며 잃어버린 옛 추억을 기억하며 소중한 자료들을 찾는데 하루를 보냈다. 이날 눈 내리는 강추위 속에 서울 광화문과 전국 각 지역에서는 190만의 인파가 촛불집회를 열었다.

LH의 무자비한 공권력에 세계유일의 일기박물관 ‘사랑의 일기 연수원’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일기와 세종시민투쟁기록 등 120만 점이 어디로 사라져 보관돼 있는지조차 모른다.

일부는 훼손됐고, 일부는 폐기물더미와 쓰레기더미와 함께 매립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훼손되고 한줌의 흙으로 사라질 것이 틀림없다. 우리의 소중한 기록문화가 이렇게 망가지고 있는데도 행정당국은 뒷짐이다.

◆ 기록문화 복원·보존 방안 찾아야

이날 현장을 찾은 아름동 주민 방인옥(여·55) 씨는 “너무 허망한 마음에 눈물이 날만큼 가슴이 먹먹해왔다. 아이들의 아름다운 꿈이 담긴 일기장이 없어지고 폐허기 돼버린 그 자리가 없어져 버려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한국토지주택공사(사장 박상우 LH) 세종특별본부(본부장 홍성덕 세종LH)가 지난 9월 28일 새벽 강제집행과 철거한지 꼭 2개월째다.

당시 LH는 오전 9시부터 포크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해 철거반은 연수원 본 건물을 해체했고, 무참하게 철거된 일기연수원은 형체도 없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이 때까지 연수원 측이 ‘현장보존’신청으로 보존됐던 학교 본 건물마저 철거되면서 일부 남아 보존됐던 일기장 등 기록문화가 또 다시 쓰레기로 버려졌던 것.

연수원 측은 당시 그나마 남아있던 일기장과 작품, 문화적 가치가 높은 유산들을 찾아 운동장 한 쪽에 모아둬 일부 기록물을 건질 수 있었다.

사랑의 일기운동이 전국적으로 번진지 어언 20여 년. 이 곳을 거친 수천의 학생들이 자신들의 소중한 기록물들이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을 안다면 억장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LH는 지금이라도 연수원 측과 원만한 협의를 거쳐 기록문화가 복원되고 보존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이들 관계자들의 바람일 것이다.

세종=서중권 기자 0133@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