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10대' 한번 찍히면 졸업때까지 끝장
CCTV 설치 등 전시행정 급급 폭력의 근본원인부터 찾아야
교사들 "교사 한명이 30명 넘는 학생들 갈등 찾기 어려워"
김수정 기자 hohokim@dailian.co.kr | 2013.03.14 09: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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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14일 인간성 회복운동추진협의회가 강원 춘천역 광장에서 '왕따없는 학교만들기 전국 생명의 끈 잇기' 행사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중학교 시절 학교 친구들의 집단폭력으로 괴로워하던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이 11일 자신이 살고 있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경산경찰서에 따르면 숨진 최모군(15)은 지난 11일 오후 7시 40분경 중학교 시절부터 2년 넘게 동료 학생들로부터 폭행과 괴롭힘 등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긴 채 경북 경산시 모 아파트 23층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군이 남긴 유서에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5명으로부터 폭행 및 갈취 등 괴롭힘을 받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으며 최 군을 괴롭힌 가해 학생들의 이름도 포함돼 있었다.

최 군은 유서에서 “학교폭력은 지금처럼 해도 백퍼센트 못 잡아낸다”며 “반에서도 화장실에서도 여러 시설에 CCTV가 안 달려 있거나 사각지대가 있다. 괴롭힘은 주로 그런데서 받는다”고 적었다.

최 군은 또 “학교폭력을 없애려고 하면 CCTV를 더 좋은 걸로 설치해야 한다”며 “주로 CCTV가 없거나 사각지대에서 맞는데 돈이 없어서 설치 및 교체하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핑계”라고 언급하는 등 교육당국의 허술한 감시시스템을 질타했다.

특히 숨진 최 군이 2년 간 학교폭력에 시달렸던 A중학교에서 집계된 지난해 학교폭력대책위원회 심의건수가 1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돼 해당 교육당국이 허울만 좋은 전시행정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쏟아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학교폭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CCTV 확대, 학교폭력 심의기관 설치 등 물리적 관리·감독 체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거세다.

춘천의 모 여자중학교 2학년 학생인 김모양(14·여)은 “학교에서 한번 왕따로 찍히면 졸업할 때까지 시달린다”며 “지난해 우리 반 친구 한명도 ‘일진’ 애들한테 ‘행동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학기 초부터 쉬는 시간마다 교실 한 가운데서 갖은 욕설을 당했다”고 13일 폭로했다.

김 양은 이어 “문제는 당시 나를 포함해 다른 친구들도 일진 친구들이 무서워 아무도 그 아이에게 1년 간 말을 걸지 못했다”며 “심지어 누군가의 신고로 이 사건이 선생님 귀에 들어가 조정시간을 가진 뒤에도 그 친구는 쭉 혼자였다”고 주장했다.

김 양은 또 “물론 왕따를 당하고도 일부 운이 좋은 친구들은 새 학년이 되면 새 친구를 사귀며 극복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면서도 “그러나 요즘은 대부분 한번 왕따로 찍히면 졸업 때까지 낙인찍힌다. 선생님들이 이 점까지 알아차리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사들 상당수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학교폭력 문제를 절감하면서도 아이들 개개인을 면밀하게 챙겨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7년 넘게 중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 서모씨(36·남)은 “이번 사건에서도 나타났지만 CCTV와 같은 기관시설만으로는 학교폭력을 차단할 수 없다”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학생 하나하나마다 관심을 갖고 면밀하게 상담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문제는 전임제인 초등학교와 달리 중학교, 고등학교는 담임선생님들 대체로 등하교 시간에만 반 아이들과 접촉할 수밖에 없어 교실 내 미묘하게 발생하는 일들을 모두 감지하기란 쉽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 교사 한 명이 30명이 넘는 아이들 속을 다 알기란 녹록지 않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학교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지난해부터 논의된 ‘복수담임제’ 등 교사 1인당 감당해야 하는 학생 수를 줄여 관심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서 씨의 주장이다.

서 씨는 “교사 1인당 담당해야하는 학생이 최대 20명으로 줄면 아이들에 대한 상담의 질부터가 달라질 수 있다”며 “교사가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거리감이 줄어들수록 학교폭력 문제도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은지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상담원도 13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10대 청소년들의 집단폭력이 발생하는 배경에는 아이들 사이 서열이나 미묘한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문제이기 때문에 단순히 전시행정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상담원은 이어 “예산을 들여 CCTV 설치에 급급하기보다 우선 폭력의 원인을 명확히 찾아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교사 또는 전문상담가가 직접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아이들 간 갈등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김 상담원은 또 “아울러 10대 폭력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도 재고돼야 한다”며 “아직도 가해자 학생들은 폭력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대부분 ‘장난으로 했다’ ‘그냥 때렸다’식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는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예방교육’이 미비하기 때문”이라며 “사회구성원 모두가 현재 벌어지는 10대 폭력의 위험성에 대해 공감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려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데일리안 =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