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만고 끝, 아이의 손때묻은 일기장 되돌아온다’

‘사랑의 일기 연수원’ 압류 120만점 7회 유찰… 경매불능 처분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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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에 아이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동상을 배경으로 환한 미소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지난달 20일 대전시 중리동과 오류동에서 법원 경매가 마무리 됐을 때 이를 현장에서 지켜본 사람들의 느낌이다.

이날은 여느 경매와는 조금은 달랐다. 경매 가격은 고작 70만원과 36만원으로 총 ‘106만원’ 이었지만 그것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것이었다.

매번 경매가 벌어질때마다, ‘사랑의 일기, 학생들의 소중한 일기를 지켜주세요’라는 피켓이 등장하고 한편에선 간곡한 기도가 이뤄지기도 했다.

경매는 7회 유찰로 최종 유찰됐고 법원은 경매불능 처분을 했다.

지난해 12월 12일 1차 경매를 시작으로 이날 7차례 유찰됨으써 경매가 일단락 되는 순간이다.

학생들의 숨결이 담겨진 일기장과 전시물 등 120만점이 천신만고 끝에 다시 원주인인 사랑의 일기 연수원으로 되돌아오게 됐다.

■사랑의 일기 연수원의 험난한 여정

이들 120만점의 보금자리였던 ‘사랑의 일기 연수원’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넓고 푸른 잔디 운동장은 사라지고 콘크리트 잔해 및 허허벌판의 공사현장만이 남았다.

지난 2003년 2월 18일 폐교된 세종시 금남면 금석초등학교 터에 같은 해 5월 18일 연수원이 설립돼 13여년동안 학생들과 학부모 등이 찾았지만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연수원을 둘러싼 LH공사와의 법적 분쟁과 강제철거는 이곳에 ‘날벼락’을 안겨줬다.

지난해 9월 28일 새벽. 법원의 강제집행에 따라 용역 인원 120여 명, 트럭 116대, 포크레인 등 각종 중장비들이 몰려와 이곳은 말그대로 ‘초토화’됐다.

집행비용만 해도 4400여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고사리 손으로 꾹꾹 눌러 쓴 가족간의 사랑, 스승에 대한 존경, 친구들과의 우정, 꿈과 소망에 대한 일기 자료 등이 그냥 쓰레기로 방치되고 흙더미에 깔려 무참히 훼손됐다.

■압류 전시품 반환돼도 보관 장소가 없어

사랑의 일기 연수원 고진광 원장은 LH가 강제 철거한 곳에서 컨테이너에 의지해 지금까지 생활하고 있다. 그는 아직까지 땅속에 매몰된 각종 자료들을 발굴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120만점이 경매 불능 처분으로 다시 ‘사랑의 일기 연수원’에 되돌아 오지만 그 속내는 편치만은 않다.

고 원장은 “다행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성원으로 전시품들이 다시 오게 됐다. 많은 것이 훼손되고 사라졌지만 그래도 기쁘다”면서도 “이제 이것들을 보관해야 할 장소를 찾아야 한다. 매 순간 순간이 ‘위기’지만 그래도 잘 해결되리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사랑의 일기 연수원, 그리고 사랑의 일기는 멈추지 않고 계속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