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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광 |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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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은 숫자로 기념할 일이 매우 많은 해다. 광복 70주년, 한국전쟁 65주년, 그리고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20년, 세월호 참사 1년, 메르스 국제 민폐국 원년 등. 더 많은 의미가 있는 사건·사고들이 있겠지만, 6·29 삼풍백화점 붕괴 20년은 꼭 기억해야 할 날이다 .

삼풍백화점 붕괴 20년, 우리 사회는 무엇을 남겼을까?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무엇이든 빨리빨리 하려는 대한민국은 눈부신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을 이뤘다. 얻은 만큼 톡톡히 대가를 치러야 했다.

가족간, 마을간 공동체가 무너지고 경쟁에 내몰린 10대 청소년들이 학교폭력에 노출되고 자살률이 증가하는 등 미래사회를 걱정하게 만든 현상들뿐이다. 20∼30대는 취업과 결혼, 그리고 출산을 포기하는 세대가 되었고, 은퇴를 앞둔 장년들은 노후 걱정을, 은퇴한 노년은 고독과 빈곤에 내몰리고 있다.

또 다른 대가는 바로, 어처구니없는 ‘재해·재난’이 반복되는 것이다. 1995년 6월29일에 있었던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를 계기로 재난 관련 기본법이 제정됐고, 사회적으로는 자원봉사가 활성화됐다. 2003년 2월18일에 일어난 대구지하철방화 참사를 계기로 소방방재청이 신설됐고, ‘통곡의 벽’ 등 슬픔을 기억하려는 문화가 형성돼 갔다. 2014년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국가안전처가 신설됐고, 전 국민 추모 열풍을 가져왔다.

반면, 삼풍 참사나 세월호 참사는 사회적으로 큰 충격이었지만, 책임지는 정부관료 하나 없이 솜방망이 처벌로 끝났다. 삼풍 희생자들의 위령탑은 참사 현장이 아닌 양재동 한구석에 세워졌다. 대구지하철 참사 사고 현장에 당시 대통령 당선자가 방문한다며 조사가 끝나지도 않은 현장을 깨끗이 씻어버린 일도 있었다. 위 3가지 대형 참사의 주원인은 모두 부실을 조장한 제도와 사람에게 있었다. 삼풍백화점과 세월호는 다중이용시설인데도, 얄팍한 경제논리로 무리하게 설계를 변경했고, 결국 수백명의 인명피해를 초래했다. 대구지하철 참사 역시, 직접 원인은 방화였지만, 사고 당시 열차의 마스터키를 뽑아 가버린 운전자 때문에 승객이 탈출하지 못해 희생자를 증폭시켰다.

20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와 세월호 참사는 닮은꼴이다. 우리 사회의 부패와 부실한 현상을 그대로 드러냄과 동시에 미흡한 사후처리까지…. 분명 ‘인재’라고 할 수밖에 없는 비윤리적인 원인이 존재했다. 희생자는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겼는데 사고 관계자나 책임자의 처벌은 미약했다. 무엇보다 소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준비된 매뉴얼이나 훈련받은 인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정부의 미흡한 늑장 대처 역시, 국민 신뢰를 얻지 못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로 국제적 망신을 당할 때, 신종플루 때 작성한 매뉴얼이 있었는데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갈수록 재난 상황도 많아질 텐데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에 전 국민이 체화될 시스템이 절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