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일기 연수원. 세종시민투쟁기록관 유물보존… “끝나지 않은 싸움”

기록문화 수만 점 위기…보존 대안마련 시급

강제철거 257일째 …컨테이너서 투쟁이어

멍석 20여점 등 발굴…곰팡이 등 훼손위기

데스크승인 2017.06.12 서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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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일기 연수원 강제철거 255일 만인 지난 9일 땅속에 묻혀 있던 세종시민투쟁기록관의 자료들이 발굴됐다. 끝나지 않은 싸움을 알리는 몸부림이다. 연수원 제공

세계 유일의 일기박물관 세종시 ‘사랑의 일기 연수원’과 세종시민투쟁기록이 자취도 없이 사라질 것인가?

공권력에 무참하게 훼손되고 유실된 기록문화 유산. 찢어지는 아픈 가슴을 달래며 지켜온 사랑의 일기 연수원.

지난해 11월 3일 오전, 쌀쌀한 겨울 이른 아침 군사작전처럼 진행된 기습작전처럽ㅁ 진행된 강제철거는 그해 9월에 이은 기습철거였다. 유례없는 이 사건은 역사 속에 낱낱이 기록되고 있다.

포크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한 철거반은 연수원 본 건물을 순식간에 해체했다. 무참하게 철거된 일기 연수원은 형체도 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 했다.

◆ 조경석 땅 밑서 멍석 20여 점 등 발굴

이날 연수원 측의 ‘현장보존 신청’으로 보존됐던 학교 본 건물마저 철거되면서 일부 남아 있던 일기장 등 기록문화가 쓰레기와 콘크리트 더미에 묻혀버렸다.

그로부터 255일 만인 지난 9일 땅속에 묻혀 있던 세종시민투쟁기록관의 자료들이 발굴됐다고 사랑의 일기 연수원(세종특별자치시 금남면 금병로 670) 측이 밝혔다.

이날 발굴된 것은 세종시민투쟁기록관에 전시돼 있던 유물 자료인 멍석 20여 점.

이 유물은 조경석 더미 땅 밑에서 발굴됐다. 발굴 당시 곰팡이로 얼룩져 썩어가는 것을 급히 세척하고 건조시키는 등 유물상태로 손질했다.

또 사랑의 일기 연수원이 철거된 자리에서 세종시민투쟁기록관 전시유물뿐만 아니라 어린 학생들의 사랑의 일기장도 수백 권 찾았다.

지난 9일 세종시에 단비가 내리면서 흙 속에 묻혀 있던 자료들이 일부 드러나 발굴하고 찾을 수 있었다고 연수원 측이 설명했다.

고진광 연수원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유물과 학생의 일기장을 땅속에 매몰하게 한 부당한 처사를 다시 한 번 세상에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LH 세종본부의 강제철거 이후, 남아있던 일기장과 작품, 문화적 가치가 있는 유산들을 찾아 운동장 한 쪽에 모아두고 지켜왔다. 쓰레기처럼 어디론가 사라진 120만 점 기록문화의 행방을 찾고 있다.

◆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

그는 “기록문화 모두 훼손될 우려가 높다. 그 것이 가장 큰 아픈 고통”이라고 절규하고 있다.

고 원장은 사랑의 일기 연수원이 철거된 그 자리에 컨테이너를 놓고 생활하고 있다. 주민세와 사랑의 일기 연수원의 시설물분 환경개선부담금도 납부했다. 우편물도 배달되고 있어 법적으로 주민의 거주 사실이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단전 등 최악의 생활환경수준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른 비인간적인 생활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해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7일까지 10일 동안 사랑의 일기 연수원을 비웠다. 일손이 달린 농촌 봉사활동에 나선 것. 그 사이 고물상에서 연수원 유물인 책걸상 등 집기를 모두 가져간 것을 수소문 끝에 일부는 다시 찾았다.

옛 초등학교를 원형으로 30여 년 동안 보존했던 곳. 무려 120만 점의 일기가 보존 전시되면서 세계 유일의 일기박물관으로, 세종시민투쟁기록까지 품었던 문화유산의 산실이 자취조차 찾아볼 수 없는 처지다.

곰팡이 끼고 얼룩으로 훼손된 멍석 20여 점과 수백 권의 일기장 등이 다시 햇빛을 보게 됐다.

쓰레기와 콘크리트 더미에 매립된 유물들의 신음소리. “끝나지 않은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