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사랑의 일기 박물관 기록유산 수 만점 폐기물처리 ‘충격’

폐기물업체, 폐기직전 1차량에서 기록물 3박스 찾아 전달

컨테이너에서 지키는 고진광 대표에 연탄과 핫팩 등 지원

데스크승인 [ 13면 ] 2016.12.26 서중권 기자 | 013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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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철거된 사랑의 일기연수원 엤 자리에 심하게 훼손된 걸개그림이 상징적으로 놓여있다. 소중한 기록물 상당수가 폐기물로 처리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세종=서중권기자

세계유일 세종 사랑의 일기 연수원이 강제철거 되면서 소중한 기록유산 수만 점이 폐기물로 처리된 것으로 추정돼 충격을 주고 있다.

그동안 연수원에 소장됐던 수백만 점의 일기장과 작품 등 기록유산이 유실될 위기에 놓여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본보 11월 4, 29, 12월 13일 13면 보도>

이에 따라 LH 세종특별본부가 법절차를 무시하고 기록유산 훼손과 유실, 폐기처리에 대한 사실 여부를 놓고 법적 다툼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폐기물더미를 지키는 고 대표 ‘고군분투’

크리스마스이브인 지난 24일 세종시 금남면 금병로 옛 사랑의 일기연수원을 찾았다.

이 일대는 4-2생활권 부지 조성에 포함돼 사방천지는 온통 공사현장이다. 옛 정취는 찾아볼 수 없다. 현장에 서 있는 포클레인과 지나다니는 덤프트럭이 가끔 눈에 띄었다.

철거된 연수원 입구에 은행나무와 뽕나무 몇 그루가 스산하게 서있다. 옛 터 한 공터에 폐기물 더미와 쓰레기더미가 군데군데 방치돼 있다.

기자의 눈을 끄는 대형 걸개그림. 그 옆으로 당시 행사와 관련한 현수막, 또 다른 걸개에는 크고 작은 글씨로 아이들이 써 놓은 각오와 다짐, 꿈을 꾸는 희망의 메시지가 주렁주렁 쓰여 있다.

이 걸개는 수 십 개의 구멍이 뚫리고 일부가 불에 탄 채로 발견돼 강제 철거된 그날의 무참한 상황을 실감케 하고 있다.

콘크리트 폐기물 더미에 빛바랜 종이무더기가 눈에 띄었다. 돌덩이를 들쳐보니 ‘시민투쟁기록관 건립촉구 10만 서명운동’자료다. 짓이겨져 형체를 잘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훼손됐다.

폐기물 더미 옆에는 인추협 고진광 대표가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컨테이너에 침대와 작은 연탄난로가 설치돼 있다. 영하의 혹독한 추위에도 기록물을 지키기 위해 하루도 컨테이너를 떠나지 못하고 지낸다는 것. 고 대표는 “날씨가 추원지자 후원자들이 연탄과 핫 팩 등을 보내와 오히려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고 감사해 했다.

이 컨테이너에는 최근 폐기물처리 업체에서 회수한 미당 서정주의 시를 담은 액자와 일기장 등 소중한 유물 3박스(라면박스)를 회수해 보관하고 있다.

이 기록물은 지난 21일 오전 6시 30분경 폐기물 반출차량을 추적했던 고 대표의 간곡한 부탁으로 되돌아왔다.

고 대표는 폐기물수거 업체를 뒤따라가 기록물을 폐기하지 말 것을 당부했고, 이에 업체는 작업을 중지하고 폐기물과 함께 섞여있는 기록물을 분류해 고 대표에 전달했다.

◆ 폐기물 반출차량 추적 유물 회수도

이 때 회수된 기록물은 25톤 화물트럭 1대에서 3상자로 900여 점에 달하고 있다. 처리업체는 이날 25톤 화물 7∼8대를 투입했다는 것. 기록물이 다량 소장된 장소(창고)에서 반출된 폐기물량은 대략 25대다.

연수원 관계자는 “폐기물처리업체에서 폐기된 기록물만 해도 수만 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LH가 증거를 인멸하는 시도로 불법행위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폐기물 처리과정에서 발견된 기록물을 찾아 연수원 측에 전달하는 등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다. 그러나 일부 폐기물차량에서 나온 기록물을 단적으로 계산해 추산하는 하는 것은 무리”라고 해명했다.

연수원 측은 “강제철거로 인해 수백만 점의 일기장과 작품, 투쟁기록유물 등 기록유산이 유실될 위기에 놓여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고 비통해 했다.

세종=서중권 기자 0133@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