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추협 "택배회사 노동자들의 생명존중이 인간성 회복의 시작"
  • 조인숙 기자  승인 2020.10.27 18:49:39
▲택배노동자 죽음의 행렬을 끊기 위한 각계 대표자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참여연대 홈페이지

- 인추협 "택배 노동자의 워라밸(work life balance) 보장하라" 성명서 발표

             

 

[SR(에스알)타임스 조인숙 기자]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이사장 고진광, 이하 인추협)는 최근 택배기사의 과로로 인한 사망 사건을 접하고 택배기사의 노동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27일 발표했다.

인추협은 "택배회사 노동자들의 생명존중이 인간성 회복의 시작이라는 신념"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음은 성명서 내용 전문이다.

 

택배 노동자의 워라밸(work life balance) 보장하라.

최근 들어 택배노동자, 특히 택배기사(일명 ‘E/S맨’)들의 과로사로 추정되는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쇼핑 등 비대면 거래의 증가로 금년에 택배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되어 택배 물품을 배송하는 기사의 업무량이 증가된 것이 사실이고, 앞으로도 증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확실시 되는 가운데 우리는 어떻게 택배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노동 권리를 보장할 수 있을까?

택배기사는 택배회사들과 직접적인 계약이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택배회사들이 이러한 죽음에 직접적인 책임을 지거나 기소를 당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계속되는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택배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다방면으로 고민을 해야만 한다.

택배회사는 지역별로 대리점들과 계약하게 되며, 대리점은 대부분 개인사업자 자격인 택배기사들과 계약을 하게 된다. 법적으로 택배기사가 개인사업자이고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자기가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을 조절할 수 있다고 하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택배기사는 아침 7시에 택배터미널에 도착하여 11시 정도까지 분류작업에 매달린다. 그 후로 저녁 6시까지 배송을 하게 되고, 저녁 6시~8시 사이에는 화주로부터 택배를 집하하여 터미널로 배송하게 된다. 대략 13시간이 넘는 근무시간이지만 물량이 많을 때에는 훨씬 연장근무를 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주당 91시간의 노동 시간은 일반 근로자의 주당 근무시간 상한선인 52시간의 두 배에 가까운 강도 높은 노동 환경이다. 우리가 때론 밤 10시 넘어 혹은 자정에 택배를 받아보는 때가 이 경우이다.

대리점이 자기 관할지역을 분할하여 택배기사들에게 나누어주면 나누어진 지역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해당 택배기사가 책임을 지고 배송업무를 완수하여야 한다. 물량연동제로 대리점과 계약한 경우 물론 일을 더 하는 만큼 수입이 늘어날 수도 있다. 자기가 화주를 유치해 집하물량을 늘릴 경우 수입은 더 늘어날 수 있다. C택배회사는 올해 상당수의 배송기사가 연 1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다. 대기업 부장급 연봉 이상 되는 적지 않은 소득이지만, 문제는 훨씬 더 많은 시간 일을 해야 하고 훨씬 더 적은 소득에 그치는 기사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물론 근무 시간에 비례해서는 많은 소득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택배기사가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몰리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는 화물운송시장의 저운임에 따른 과적/과속/과로 운행 예방, 교통안전 확보를 위해 2003년부터 화물연대가 주장한 화물 표준운임 법제화를 수용하여 2020년 시행하고 있다. 물론 일방적인 시행으로 인한 문제가 있긴 하지만 저단가 운임으로 인한 화물 차주/기사의 무리한 운행을 어느 정도 예방하고자 하는 분명한 목적이 있듯이, 택배에서도 ‘택배안전요금’을 신설할 것을 제안한다.

일반 소비자가 지불하는 박스당 택배요금 2,500원~3,000원 중 대리점수수료 약 800원, 간선료 350원, 터미널조업사 230원이 소요된다. 그러나 대형쇼핑몰의 경우 대리점을 거치고 직배송으로 700원 이상의 백마진이 발생한다. 즉, 소비자에게는 2,500원의 택배요금를 받고 택배회사에는 1,800원만 지불하는 것이다. 과연 이 700원은 쇼핑몰 주인에게 돌아가야 할 몫인가? 소비자가 지불한 택배요금 전체는 택배운송 전과정에 투입되는 각종 리소스와 안전한 배송을 위해 쓰여야 한다. 택배요금의 30%가 일부 업자들의 불로소득으로 쌓여만 가는 관행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이 금액만이라도 제대로 파악하여 택배 분류자동화기기 설치 등 택배노동자의 안전과 과로를 유발하는 위해 요소를 제거하는데 쓰인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를 방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그리고 수십 년간 한번도 인상치 않고 머물러 있는 택배요금의 점진적인 인상도 신중히 고려해 봐야할 요소이다.

정부와 국내 택배회사들은 일그러진 택배요금 구조를 개선하여 택배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이 보장되는 근로환경을 마련토록 조속히 Task Force를 구성하여, 머리를 맞대고 고심해야만 한다. 물류업 종사자를 대폭 증원하여 택배기사의 주당 근무시간의 제한, 일일 배달 물량 수의 제한, 택배기사의 택배상품 분류 작업 제외, 택배 배송 지역 할당제 폐지 등을 고민하여 택배기사도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생활이 되도록 사회적인 노력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 더 이상 택배노동자의 과로사가 없도록 해야 한다.

 

2020.10.26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이사장 고진광